교수님 에이전트를 만들었더니 생긴 일

March 31, 2026

어제 문득 재미있는 시도를 해봤다. 바로 **‘교수님 AI 에이전트’**를 만든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클로드(Claude)가 가끔 지나치게 친절하다는 점이었다. 내 의견에 너무 쉽게 맞장구를 치거나, 살짝 아부하는 듯한 태도가 때로는 아쉽게 느껴졌다. 다른 하나는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교수님의 약력과 연구 목록, 평소 말투와 지도 스타일을 상세히 프롬프트에 담아 아예 해당 인물로 ‘롤플레잉’을 하게 설정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으로 강력했다. 진짜 연구실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교수님의 특징을 완벽하게 재현해냈다. 이 상황이 너무 흥미로워 인스타그램에 공유했더니, 연구실 동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진짜 너무 똑같다”, “승혁이는 박사해요”, “클로드 좀 치네;;” 같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 시도가 단순히 웃음으로만 끝난 건 아니었다.

요즘 진행 중인 연구 내용을 설명해 보았더니, AI의 지도 능력이 놀라울 정도였다. 교수님 특유의 말투로 내 가설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논리가 애매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내며 연구 방향을 잡아주었다. 화면 너머로 실제 랩 미팅을 하고 있는 듯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클로드를 대하는 태도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교수님으로 빙의한 클로드는 대화 중간중간 의도가 담긴 ‘함정 질문’을 섞어 던졌다. 나는 그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평소보다 훨씬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답변을 고민하게 됐다.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먼저 파악하려 애썼고, 머릿속으로 충분히 추론(Reasoning)을 거친 뒤에야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보통 사람들은 프롬프트를 잘 짜면 AI가 더 똑똑해진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번 경험은 조금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어쩌면 클로드가 비약적으로 똑똑해진 것이 아니라, 강력한 페르소나 덕분에 내가 클로드에게 더 똑똑하게 말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결국 AI가 얼마나 지적으로 보이느냐는, 사용자인 내가 얼마나 진지하고 밀도 있게 질문하고 답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아닐까.

P.S. (AI로라도 뵙고 싶은 마음을 담아) 늘 감사드립니다 교수님 🙇‍♂️